사설

‘말·공세’ 험해지는 여야 대치, 정치 파국 우려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막장 정치”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7일로 18일째가 됐지만 여야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여야의 강 대 강 충돌이 정치 파국으로 치달을까 우려된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한 총리 해임건의안 즉시 제출, 비리 검사 탄핵소추 추진 등을 결의했다.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 국정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내걸고 단식에 들어간 후 여권이 달라질 기색을 보이지 않자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국회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으로 발의 가능하고,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과반 의석인 민주당은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현안은 진행 중이고, 민주당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에 대한 특검·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총리 해임안부터 꺼내는 것은 다수 국민들이 공감할지도 의문이다. 국민적 의혹이 크고 시급한 사안부터 심사숙고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실은 제1 야당 대표의 단식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를 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 단식에 겸허한 자세로 국정운영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단 한번도 대화의 손을 내밀지 않았고, 퇴행적인 9·13 개각에서 보듯 국정 쇄신 요구엔 귀를 닫았다. 이날도 대통령실에선 “누가 단식하라고 했느냐”는 말이 나오고, 국민의힘은 민주당 결의에 “망국적인 놀부 심보”라고 비아냥댔다. 김기현 대표가 전날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하며 단식 중단을 거듭 요청한 뒤 나온 공식 논평치고는 진정성을 묻게 된다.

여든 야든 각자 가고 싶은 길로만 가고, 서로를 적대시·악마화하면 정국의 교착 상태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지금이라도 여야 모두 냉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21대 국회 내내 싸우기만 했던 여야가 이 대표 단식을 전기로 정치를 복원하고 민생 국회에 힘을 쏟기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맨앞줄 가운데)와 의원들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맨앞줄 가운데)와 의원들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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