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의 파국, 윤 대통령이 출구 열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19일째인 18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를 전면 중단하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며 총력 투쟁에 돌입했고, 국민의힘은 “민생을 내던진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맞서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한 총리 해임건의안의 동시 표결이 예상되는 21일 국회 본회의까지 여야는 전면전을 불사할 태세다. 내년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가 ‘강 대 강’ 충돌로 치닫고 있고, 협치·민생 해법도 벽에 부딪힐 위기에 처했다. 말 그대로, 정치의 파국이다.

검찰 통치, 갈라치기와 같은 불통·독주의 언어가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정치라고 해도 결코 과하지 않다. 제1 야당 대표가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며 단식을 벌이는 와중에도 퇴행·오기 인사를 강행한 것부터 큰 갈등을 예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난다면 언페어(불공정한)한 시그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뒤로 가는 왼쪽 날개” “반국가세력”이라고 낙인찍으며 협치 불가 대상으로 지목했다. 제1 야당 대표를 피의자로 대하는 검사 시각을 고수하고, 여야를 국정 파트너로 대하지 않은 것이다. 장관들에게 “싸우라”고 주문한 것도 국회를 도외시하고, 3권 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를 경시한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야당과 야당 대표, 비판 세력을 ‘적’으로 보면 진영 정치와 국론 분열이 심화된다. 실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사태에서 보듯, 현안마다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전체주의’라는 이념 잣대를 앞세운 것은 여권이다. 이런 환경에서 정치가 숨 쉴 곳은 어디에도 없고 극단적인 대결 정치 해소는 기대 난망일 뿐이다. 이 정치 파국의 책임에서 대통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고 한 비판을 윤 대통령은 진지하게 성찰하길 바란다.

‘야당의 시간’인 정기국회 기간에 민주당 의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정 전면쇄신·내각 총사퇴’를 촉구하고, 이 대표가 병원에서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 단식은 사법 리스크만 더 부각했다”고 폄훼를 멈추지 않았다. 여야가 장기 대치전을 예고한 암울한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그 피해자는 국민이다.

대화도 끊긴 이 난국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국정과 국민 통합을 최우선시해야 할 대통령은 정치 파국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외면·방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오는 23일 귀국하는 대로, 그전에라도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위로하고,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윤 대통령이 먼저 마련하는 것이 서로의 숨통을 트는 출구가 될 수 있다. 국민의 바람도 다를 게 없다. 빠른 시일 안에, 윤 대통령이 정치 파국을 풀어가길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오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오르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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