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체포동의안 통과, 내홍 수습에 민주당 운명 걸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찬성 149표로 출석 의원 과반인 가결정족수보다 1표 많았다.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대표는 이제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전날 당에 직접 부결을 호소했음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이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고 당은 격랑에 휩싸였다.

이 대표의 성남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재석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였다. 지난 2월 대장동 의혹으로 청구된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와 비교하면 기권·무효표 상당수가 찬성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표결에 불참했고 신상발언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이 대표는 전날 장기간 단식으로 입원 중인 상황에서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워달라’며 부결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병문안을 온 박광온 원내대표를 통해선 “당 운영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알고 있으나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다”는 뜻을 의원들에게 전달하며 거듭 부결을 요청했다. 그런 만큼 이 대표로선 충격적인 결과일 것이다. 의원들의 이탈이 늘며 이 대표의 리더십은 생채기가 났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가결에는 이 대표 책임도 가볍지 않다. 그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번복하면서도 설득 과정을 거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의 전면적 국정쇄신을 내걸고 무기한 단식에 나섰던 명분도 퇴색했다. 총선을 7개월 앞두고 ‘방탄 정당’ 오명을 뒤집어쓰는 데 대한 비명계·중도파 의원들의 이탈표가 늘어난 걸로 짐작된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로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될 경우, 현직 당대표로선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며 반전을 모색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고 몸을 추스른 뒤 법정에서 스스로 주장한 ‘검찰의 무도함’을 입증하기 바란다.

민주당이 방탄 프레임 부담은 덜었다지만 당은 격랑이 일고 있다. 이 대표 지지층은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거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당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고 해도 여전히 제1야당 대표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의 문제로 당의 운명도 중대 국면에 처했다는 걸 직시하고, 강성 지지층을 다독이면서 당이 분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성찰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내홍 수습에 민주당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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