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통과 이후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가결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지도부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친이재명(친명)계는 찬성표를 던진 비이재명(비명)계를 거칠게 비난하며 색출 의지를 비치고, 비명계는 ‘이재명 체제’에 대한 불신임을 제기하고 있다. 당내 갈등이 ‘심리적 분당 상태’로 불릴 정도로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란 기대가 뒤집히자 분열 양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부결은 방탄, 가결은 분열’이라던 예상 그대로다. 당장 본회의 후 열린 심야 의원총회에서 가결 책임을 두고 친명·비명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도부의 ‘부결 권고’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당은 새 원내대표를 오는 26일 선출키로 했다. 친명계가 다수인 최고위원회에서는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규정했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 회의에서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대표를 팔아먹었다.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다른 친명계 최고위원들도 찬성표 색출 작업과 징계 요구를 일제히 쏟아냈고, 이 대표 구속 시 ‘옥중 공천’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비명계에선 “그럼 갈라서자는 것”(이상민 의원)이라며 당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친명계는 ‘찬성표’를, 비명계는 ‘색출’ 발언을 서로 해당 행위라고 겨누고 있다.
친명계와 이 대표 지지자들이 체포동의안 가결로 받은 충격을 짐작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당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율투표로 임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파기한 책임도 작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지도부가 대놓고 의원들 투표에 대해 해당 행위나 색출·징계를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 진정 당을 쪼갤 작정이 아니라면 양측이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혀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법원 영장실질심사가 오는 26일로 예정됐다. 사법적 판단은 이제 법원의 몫이다. 검찰 영장의 인용과 기각 여부에 따라 민주당은 더 큰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단식 23일째인 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달라”며 “당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당이 혼란상을 최소화하고 상황을 질서 있게 수습하는 데 있어 이 대표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 대표는 당 통합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견제하고 민생을 챙기는 본연의 임무에 손을 놓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