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권 침해로 숨진 교사들 순직 처리 검토해야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순직으로 인정받는 비율이 다른 공무원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직종별 자살 순직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 유가족이 신청한 20건 가운데 순직으로 인정된 것은 3건(15%)이었다. 같은 기간 소방과 경찰 공무원의 순직 인정 비율은 각각 54.2%와 57.9%였고, 일반 행정 공무원은 30.4%였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 시·도교육청 교원 사망 현황을 조사한 결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원 61명 중 순직을 인정받은 경우는 1명이었다.

공무원재해보상법에 따르면 자해 행위는 통상 공상이나 순직 처리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자해 행위가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일어났다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도록 돼 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를 비롯해 지난 2개월여 동안 대전과 경기 용인, 전북 군산 등지에서 발생한 교사들의 잇단 죽음 원인으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과중한 업무가 지목되고 있다. 앞서 2021년 경기 의정부의 초등학교에서 6개월 간격으로 숨진 두 교사도 심각하게 교권 침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 당국은 최근 사망한 교사들은 물론이고 과거 사례도 정밀 조사해 한 명이라도 더 교사들이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교사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길이다.

인사혁신처 순직 심사 관행도 개선이 필요하다. 교원단체에 따르면 교사 사망 장소가 학교인지, 초과근무대장에 기록되어 있는지, 우울증 치료를 받았는지 등이 교사 순직 결정에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그러나 순직은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실질적인 원인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관리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당국 조사나 수사에 비협조적인 학교장에 대해서는 문책과 처벌이 필요하다. 의정부 교사 사망 사건에서 당시 교장은 숨진 이모 교사가 수년 동안 악성 민원으로 고통을 겪어온 사실을 확인하고도 ‘단순 추락사’로 처리했다고 한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교권 4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교권 세우기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하위 법령 제·개정 등을 통해 교사의 재해를 예방하는 선제 조치와, 교사의 공무상 재해를 보상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

지난 7월 숨진 교사의 근무 장소였던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 교실에 추모 꽃다발이 놓여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 7월 숨진 교사의 근무 장소였던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 교실에 추모 꽃다발이 놓여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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