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심 이반 고개 숙인 여권, 국정·당정관계·협치 새 틀 짜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포인트 차이로 참패한 여권이 12일 민심 이반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실에서는 “어떤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고위관계자 발언이 나왔다. 정권의 한 축인 대통령실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여전히 성난 민심에 무감각하고 무책임하게 비친다.

9·13 개각 후 홀로 임명장을 받지 못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자진사퇴했다. ‘주식 파킹 의혹’ ‘청문회 중도 퇴장’ 등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 후보자가 여당이 대통령실에 퇴진을 건의하겠다고 하자마자 물러난 것이다. 보선 참패 후 처음 나온 여권의 성찰이나, 버티고 여론 눈치 보다 이뤄진 늑장 사퇴는 그의 말처럼 결코 ‘드라마틱’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선거 참패로 총체적 심판대에 섰다.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몰며 민생과는 동떨어진 이념 전쟁으로 일관했고, 야당 대표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검찰 출신과 이명박 정부 강성 인사들을 줄줄이 국정 전면에 포진시켰고, 지금도 공영방송 장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상식 밖의 홍범도 흉상 이전과 해병대 수사가 덧나 있고, 국민들의 속을 태운 이태원·오송·잼버리 참사도 여태껏 뭐 하나 매듭된 게 없다. 불통·독단·독주로 통칭되는 국정 운영이 이번 보선에서 민심의 철퇴를 맞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 혁신기구 출범과 총선기획단 조기 구성, 인재영입 발표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일단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선거 참패 후의 최고위원회의도 짧게 끝났다니, 여전히 주도적으로 난국을 헤쳐가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 소리를 들어온 집권당의 이런 움직임은 민심 이반에 대한 온전한 답이 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문제적 인사나 이념전쟁으로 독선적 언행을 할 때 여당이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전하고, 한 번이라도 바로잡는 고언을 한 적 있는지 묻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대통령이 사면한 김태우 후보를 망설이다 당헌·당규까지 어기며 재공천한 게 여당 지도부였다. 야당과의 협치가 헛바퀴 돌 때도 국회를 양분한 여당은 어디 있었는가. 수직적이고 상명하복인 현 상태에서 벗어나 당정관계의 새 틀을 짜지 않는 한 여당의 쇄신은 찻잔 속의 미풍일 수밖에 없다. 그간 비호했던 김행 후보자에 대한 사퇴 요구는 늦었지만 당연하고, 쇄신의 첫걸음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보선에서 심판받은 국정기조를 전환하고, 당·정·대를 인적 쇄신하고, 대야 관계의 새 틀을 짜야 한다. 민생을 놓고 야당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만 정부와 책임여당의 활로가 생길 수 있다. 서슬 퍼런 민심을 확인하고도 ‘눈 가리고 아웅’ 식 미봉이나 임기응변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여권은 내년 총선에서 더 가혹한 심판대에 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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