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번주 종합감사를 끝으로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일정을 마무리한다.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운영을 감시·비판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 견제를 위한 국회의 핵심 수단인 국감은 해가 갈수록 ‘부실·맹탕’ 논란을 빚었고, 올해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국감은 국정 전 분야에 걸친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국회가 따지고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 차고 넘쳤다. 그런데도 결정적 한 방도, 빛나는 스타도, 뚜렷한 대안도 없는 ‘맹탕 국감’이 전개되고 있어 유감스럽다.
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을 우선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사태,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 등의 진상규명을 강조하며 정부의 실정을 폭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로운 의혹은커녕 이미 드러난 문제를 반복하는 성의 부족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야성(野性)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지도부가 국감 실적을 총선의 공천심사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감에 충실해야 할 동기가 줄어든 의원들은 보좌진을 지역에 보내 총선에 대비했다. 부실 국감이 예견됐고 정책감사도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물론 부실·맹탕 국감 원인이 야당에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국감이 성공하려면 여당 태도가 중요한데 국민의힘은 입법부라는 인식보다 정부의 방패 역할에 치중했다. 지난 10일 국방부 국감에서 신원식 장관 퇴임을 촉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팻말을 문제 삼아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당이 국감을 경시하니 장관들이 국감에 불출석하거나 야당에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오전에만 국감장을 지키다 오후가 되면 자리를 비우는 상임위가 많았고, 일부 상임위는 일정을 코앞에 두고도 증인 선정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정 견제를 위한 국회의 고유한 권한을 이렇게 당리당략 싸움에 써서야 되겠는가. 부실 국감은 정부의 실정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마다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렇지만 국감을 폐기하면 정부 실정을 바로잡을 방법이 없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개선책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시돼왔다. 예비감사제 도입, 입법 지원기구 확대 등 정책감사를 만들어야 한다. 또, 국회의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화해 국감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제도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감에 태만한 의원들을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