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인까지 검찰 송치된 카카오, ‘도덕적 해이’ 일대 쇄신해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을 수사 중인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26일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및 경영진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은 일단 추가 조사를 받는 걸로 빠졌으나, 경영진과 법인까지 ‘양벌규정’이 적용됐다.

송치된 5명은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2곳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 3명이다. 이들은 올해 2월 SM 인수전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특사경은 카카오가 ‘고가 매수 주문’과 ‘종가 관여 주문’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동원했다고 본다.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자본시장 근간을 해치는 주가조작은 누구든 예외없이 엄히 처벌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기업 인수 경쟁에서 반칙이 승리한다는 잘못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엄벌이 마땅하다.

이번 사태에 금융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법인 카카오’가 벌금 이상 형을 받을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검찰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가려지겠지만, 카카오는 야심차게 진출한 금융업에서 철수해야 할 수도 있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함께 IT 혁신기업을 대표해왔다. 그러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지배력을 기반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영역과 골목상권까지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수익 극대화에는 ‘진심’이었던 반면 이해관계자와의 상생, 사회적 책임에는 소홀했다. 김범수 전 의장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으나 지난 8월 기준 계열사는 144개로 2021년보다 39개가 늘어났다.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한 셈이다. 지난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리스크 관리와 위기대처의 난맥상도 드러냈다. 직원들의 부정행위가 잦은 걸 보면, 총체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적지 않아 보인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주가 시세조종 의혹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주가 시세조종 의혹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카카오가 이번 사태를 일대 쇄신의 계기로 삼지 않으면 ‘혁신기업 신화’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김범수 전 의장과 임직원들은 회사를 다시 세우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친숙한 이모티콘으로 추한 민낯을 가리는 것도 더 이상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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