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추도식·영수회담 거부하고 박근혜 만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오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는 불참키로 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 이것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반성하면서 달라지겠다고 한 소통인지 묻게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4박6일 중동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갔다. 대통령실 참모,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기고 이를 발판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식 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둘이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윤 대통령은 “위대한 국민으로 단합시켰다”고, 대통령실은 “정치의 본질인 민생에 가장 근접했던 지도자”라고 했다. 어안이 벙벙하다. 민주주의를 짓밟았던 그가 언제부터 국민 통합과 민생의 아이콘이었단 말인가.

윤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은 보수 지지층 결집 의도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고, 대구·경북 지지율도 하락해 정권 위기감이 클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럴수록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통합을 말해야지, 보수만 챙기는 반쪽 소통은 민심에서 더욱 멀어질 뿐이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보궐선거 패배 뒤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 한다” “민생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 그렇다면 가야 할 곳,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 참석과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이다. 국가의 부재로 빚어진 참사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위로를 하고, 야당 지도부와 민생을 위한 협치를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1주기 추모식은 야4당이 공동주최하는 정치적 집회여서 불참하고, 대통령·여야 대표 3자 회동은 여야 대표 회담이 먼저라며 안 하겠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은 정치 행위가 아닌가. 말로는 민생과 소통을 얘기하면서도, 정작 기회가 주어지면 형식·절차를 따져 회피할 궁리만 하는 것으로 비친다. 윤 대통령은 야4당이 시민추모 공동주최에서 이름을 뺀다면 참석하겠는가.

윤 대통령은 달라지겠다고 했지만 실천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보수와 진보,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있다. 야당과의 소통과 협력 없이 민생·경제를 어떻게 풀어가겠다는 건가. 윤 대통령은 정략적인 독단과 색안경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그래야 민심이 제대로 보이고, 흔들리는 국정 신뢰와 추동력도 직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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