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병호 감사원의 공수처 수사 불응, 시간끌기 더 없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 수사의 핵심 피의자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4차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1일 파악됐다. 유 사무총장은 이미 세 차례나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국정감사 일정 등 이유로 불응했다. 공수처가 체포·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도 지금까지 공수처 소환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인 신분 등으로 출석을 요구했으나 대부분 불응한 것이다. 감사원 자체가 조직적으로 수사를 지연·방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감사원은 국가기관 회계감사와 공무원 직무 감찰을 수행하는 명실상부한 헌법기관이다. 이런 기관이 정당한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향후 비위 의혹 기관·공무원 감사 때 제대로 영이 설지 묻게 된다.

유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을 쫓아내기 위해 표적 감사에 관여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총장은 또 최재해 감사원장과 함께 허위·과장 제보로 감사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한 공동무고 혐의도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는 감사원 사무처가 주심 감사위원 등을 ‘패싱’하고 감사보고서를 위법하게 시행·공개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은 실세인 유 총장이 나서서 권익위와 방통위, 선관위 등 온갖 기관을 상대로 한 ‘정치감사’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스스로 법 앞에 엄격해야 할 기관의 핵심인물이 범법 의혹으로 수사기관에 소환된 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즉각 소환에 응해야 한다. 혹여 김진욱 공수처장의 내년 1월 임기만료 때까지 수사 종료를 하지 못하게 할 꼼수라면 볼썽사납고, 감사원 위상만 더럽힐 뿐이다.

국회는 아직 차기 공수처장후보 추천위도 구성하지 못했다. 공수처 수사는 속도를 내야 한다. 설사 기한 안에 국회 추천 2인 중 윤석열 대통령이 새 공수처장을 지명하더라도, 김 처장 체제에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의혹의 핵심인물인 유 사무총장이 소환을 거부하면 즉각 강제구인해 수사하고, 김 처장 임기 내 수사도 마무리해 국민 앞에 진상을 공개해야 한다. 이것만이 더 이상 정치적 논란 없이 표적 감사 의혹 실체를 낱낱이 규명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26일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26일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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