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 올라 서민 죽는다고 재정 안 풀겠다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카페에서 주재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에서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시키면 (반대 측에서) 아우성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80년대 초 전두환 정권 사례를 소개하며 “그때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정부 재정을 잡아서 인플레이션을 딱 잡았다”고도 했다.

물가 안정이 민생의 기본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물가 상승이 걱정돼 재정을 늘릴 수 없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는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의지만 있으면 물가 상승을 최소화하면서 저소득층에 복지를 늘리는 정책 조합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이 늘면 통화량 등이 늘고 총수요가 증가해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고물가는 고유가와 고환율 등 외생 변수 영향이 크다. 게다가 엄청난 가계 부채로 서민·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한계에 달해 기본적으로 경제 약자들의 수요 자체가 위축돼 있다. 재정 지출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 상황에서는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물가를 걱정한다면, 은행 대출은 왜 그렇게 늘렸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결국 집값을 다시 끌어올리고 시중 통화량을 늘려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작금의 경제 상황을 전두환 정권 때와 비교해 설명한 것도 엉뚱하다. 경제 규모는 물론이고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는데, 윤 대통령의 경제관이 1980년대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정책에도 재정 건전성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올해 60조원의 세수 결손으로 국가채무는 더 늘어나고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 대비 3.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차 강조하지만, 해결책은 증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병행하는 것이다. 증세로 경기가 위축될 수 있지만 재정 지출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부자 감세 철회나 증세는 윤 대통령이 중시하는 물가를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시정 연설에서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민생이 무엇인지 여전히 모호하다. 물가 걱정에, 서민에게 피해가 간다고, 재정 지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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