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점진적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수 개혁은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일정 기간 늦추는 ‘반쪽짜리 개혁’에 불과하다”며 국민연금 운용 방식을 ‘부과식’에서 ‘적립식’으로 단계적 전환하거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점진적 통합 방안을 제시했다. 말인즉슨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조정하는 모수 개혁이 아닌 연금제도의 틀을 통째로 바꾸는 구조개혁을 하겠단 것이다. 정부가 ‘숫자 빠진’ 연금개혁안으로 논의를 사실상 원점으로 돌려놓고 국회에 넘기더니만, 이에 대한 반성은커녕 여당도 한술 더 떠 던지기식 개혁안을 쏟아내며 혼선만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이 운용 목표와 원리가 다른 국민연금·기초연금의 통합을 이제 와서 거론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논란을 불러올 만한 국민연금의 ‘적립식 전환’ 방안을 꺼내들었다는 것은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한다. 심지어 이들 두 방안은 정부 자문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한다. 마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인터뷰에서 여당의 방침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안을 하루빨리 숙의하고 속도감 있게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때, 개혁 회피란 비난을 피하기 위한 ‘물타기’인지 여론 떠보기인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정부·여당의 연금개혁 방안들은 연금의 공적 성격을 위축시키는 방향이란 점에서 우려가 크다. ‘부과식’은 퇴직자가 받을 연금을 일하는 세대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복지체계가 촘촘하지 않은 한국에서 현세대가 더 많은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선택지다. 그럼에도 여당은 느닷없이 ‘적립식’을 꺼내들었다. 현재처럼 국가가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낸 만큼 받는 완전 소득비례 방식으로 가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소득재분배 기능이 떨어져나가 공적연금 구실을 하기 어려워진다. 답은 나와 있는데 개혁의 동력만 떨어뜨리려는 여당의 태도는 연금개혁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국회는 16일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보고받는다. 그러나 당정이 또 무슨 묘수를 짜낼까. 알 수 없다. 국민의 반대가 무섭다고 미래 세대에 보험료 폭탄을 떠넘기는 건 책임 회피다. 국회는 공론화 과정에서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