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98개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개막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2015년 파리협약의 ‘전 지구적 이행점검’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고, 화석연료 사용 중단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도 주요 쟁점이다. 한국 정부만 거꾸로 가고 있는 현실을 돌아볼 때가 됐다.
유엔이 앞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파리협약 이행실적은 매우 미진하다. 주요 20개국 중에서 탄소중립 목표대로 탄소 배출량을 줄인 나라가 한 곳도 없고, 이 추세라면 생태계 충격을 최소화할 ‘온도 상승폭 1.5도’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14%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기후재앙은 정해진 미래가 될 판이다. 한국은 책임이 무겁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1년 기준 전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으로는 세계 1위다.
이번 총회의 주요 의제는 재생에너지다. 유럽연합(EU)·미국·중국 등은 10년 내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확대하자고 먼저 합의했다. 한국은 따라가기도 바쁘다. 기후행동네트워크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성적은 주요 60개국 중 46위이고 “재생에너지 목표를 줄인 유일한 국가”로 지목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무대에서 “기후위기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초록빛 공수표’에 불과하다. 충북 음성에 있는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된 게 단적이다. 세계가 재생에너지를 미래산업 삼아 선점경쟁을 벌이는 판에 한국에선 그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만 쓰자는 ‘RE100’이 주류로 자리 잡은 마당에, 정부는 원전까지 포함하는 ‘무탄소(CF) 연합’을 이번 총회에서 제안하겠다고 한다. 방폐장 대책도 없이 EU보다 허술한 조건으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욱여넣고는 국제사회에 원전 확대를 권하겠다는 건가. 윤석열 정부의 ‘2030 탄소중립’ 계획도 대부분 임기 후로 미룬 터다. 의제 설득력이 약해지면서, 한국이 ‘기후악당’ 불명예를 벗을 의지도 없다는 오명까지 더할 판이다.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를 계기로 정부가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을 재검토하길 바란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국익·국격이 훼손되고, 그걸 바로잡는 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2028년 개최되는 COP33 총회 유치를 위해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섰다고 한다. 그에 앞서 정부가 효과적인 탄소감축 정책을 세우고 강력하게 실천하는 게 먼저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