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이 총선 개입하고 있다는 통일부, ‘북풍’ 기다리는 건가

통일부가 4·10 총선을 앞두고 “북한 관영매체에 대남 비방 기사가 늘었다”며 선거개입 시도라고 규정했다. 통일부는 2일 ‘북한의 우리 총선 개입 시도 관련 통일부 입장’을 내고 북한 매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모략·폄훼하고 국내 일각의 반정부 시위를 과장해 한국 사회 내 분열을 조장하는 식의 기사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의 대남 비방 기사가 1월 7건에서 2월 12건, 3월 22건으로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통일부는 “총선을 앞두고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불순한 시도에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하지만 통일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정부 당국이 북한 매체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이 북한 매체를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 기사를 보려면 국내 언론의 인용 보도를 통해야만 하는데 국내 언론들이 대남 비방 기사를 그대로 갖다 쓰는 건 극히 드물다. 국민이 직접 접할 수 없는 북한 매체의 대남 비방 기사가 증가한 것만을 두고 ‘북한의 선거개입 시도’로 보는 것은 논리 비약에 가깝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 ‘우리민족끼리’ 등 선전매체를 지난 1월 폐쇄했다. 이런 동향까지 감안하면 최근 북한 매체의 대남 보도는 늘 해오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통일부가 입장문까지 내며 대응할 정도의 특이동향이라고 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를 두고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를 흔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물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총선 개입으로 연결지어야 할 뚜렷한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다. 동해상이라곤 하지만 함경북도 앞바다를 겨냥했고, 탄도미사일 성능 개량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과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한 전례에 비춰본다면, 작금의 상황을 ‘북풍’으로 받아들일 국민은 드물 것이다. 국민의 안보의식이 해이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북한 움직임이 우려할 만큼의 특이동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총선을 8일 앞두고 논리비약까지 해가며 북한 동향을 선거와 엮으려는 윤석열 정부 태도가 ‘북풍 조장’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우리 총선 개입 시도 관련 통일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우리 총선 개입 시도 관련 통일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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