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과 전공의, ‘2000명 굴레’ 벗고 만나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증원에 집단 반발하는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의료계도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대화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신중하지만, 대통령 제의를 진지하게 검토 중인 걸로 알려졌다. 의·정 간 대화 기류가 형성된 건 전공의 집단행동 7주 만에 처음이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3일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다”면서 “더 좋은 의견이 제시되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명’에서 한 명도 뺄 수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윤 대통령의 전날 대화 제의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나 브리핑에서 ‘2000명 증원’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2000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건 바람직하다. 애초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에 수반되는 수단일 뿐, 2000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목표일 이유는 없었다. 전국 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한의사협회도 “대통령이 전공의와 대화를 제안한 것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정 간 대화를 촉구해 온 의학계 원로 교수의 말처럼, 일단 이 소모적인 대치 상황을 끝내고 사회적 대화의 첫발을 떼는 게 우선이다.

의료 혼란은 나날이 악화하고 경각에 처했다. 지방 공중보건의들이 서울 대형병원으로 차출되면서 그렇잖아도 의료 여건이 열악한 도서·벽지 주민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현장에 남아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의료진 체력도 한계에 부딪혔다. 의대생·전공의 집단행동이 길어져 전문의 배출 일정도 줄줄이 밀릴 판이다. 인턴 임용 등록 기간에 등록을 완료한 예비 전공의는 4.3%에 불과하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도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내년 초 실시되는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의료 시스템과 의대 증원 로드맵도 흔들리고, 수년 동안 의료공백이 지속될 수 있다.

의·정 간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제대로 된 의료개혁 공론화는 실종되고, 의료시스템 붕괴부터 걱정할 상황이 됐다. 지금은 무엇보다 의료개혁의 두 바퀴가 되어야 할 의·정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범사회적 의료 협의체를 구성해 원칙 있되 열린 자세로 의료개혁 방안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의사는 의료전문가로서 실효적인 증원 숫자·로드맵과 필수·지역 의료 대책을 세우는 데 적극 의견을 내야 한다.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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