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앞에 “R&D 아픔 줬다”는 정부, 사과하고 바뀔 것 많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3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연구개발(R&D) 지원 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3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연구개발(R&D) 지원 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3일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해 “연구자들에게 아픔을 드린 것도 사실”이라고 몸을 낮췄다. 윤석열 정부가 사과하고 바뀔 게 이것뿐이겠는가.

정부는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의 ‘나눠먹기식 R&D 사업 원점 재검토’ 지시 후 33년 만에 처음 R&D 예산을 삭감했다. 곳곳에서 연구 인력 감축과 기존 연구 파행·축소까지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내년에 대폭 증액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했는데, 전 세계 기술 경쟁은 올 들어 갑자기 심화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절체절명의 상황’은 목전에 다가온 4·10 총선에서 여당 패배 위기감을 말하는 건가. 대통령실 관계자가 익명으로 R&D 삭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걸로 끝날 일도 아니다. 윤 대통령이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먼저다.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부쩍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 관리와 민생 정책 실패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윤 대통령은 관권선거로 비친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토건 개발 약속을 쏟아냈다. 비용만 어림잡아도 수백조원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현장에서 제기된 민생 과제에 대한 해법을 담아 예산안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그래놓고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량지출을 10% 이상 줄여 건전재정 기조를 고수하겠다고 했는데, 수백조원은 그런 구조조정으로 가능한 규모가 아니다. 총선이 급하다고, 앞뒤 맞지 않는 얘길 막 던지고 있는 것이다.

선거 앞에 맘 급한 건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전날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효과적인 정책 홍보 방안을 찾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하루 만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여전히 혼란 속인 초등학교 늘봄학교가 한 달 만에 100곳 정도 늘었다는 자화자찬식 성과를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날 맹견사육허가제 등을 담은 ‘반려견 안전관리 강화 세부대책’을 내놨는데, 지난 2월 ‘동물보호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설명했던 재탕 자료다. 이래놓고 아직도 정책 홍보가 되지 않아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개탄스럽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불통·독주로 일관한 국정운영 자체에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겠다면 국정운영 기조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 출발은 진지한 성찰과 진솔한 사과여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정 운영은 순항할 수도 지속 가능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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