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6일 실시된 4·10 총선 사전투표 투표율이 31.28%로 잠정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4428만명 중 1384만9043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4년 전 21대 총선(26.69%)보다 4.59%포인트 높고, 역대 총선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는 10일 본투표를 마치면, 21대 총선 투표율(66.2%)을 웃도는 역대급 투표율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여야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얼마나 범죄자에 대해 화가 났는지 보여주기 위해 여러분이 사전투표장에 나갔기 때문”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은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고 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10일 투표함이 열리면 알게 될 것이다.
여야 말마따나 높은 사전투표율은 심판 여론과 무관치 않다. 야당은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여당은 ‘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맞서고 있다. 당장은 윤석열 정부 후반기, 더 길게는 향후 4년의 국정 주도권을 가늠할 이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층 결집이 커진 것이다. 총선 사전투표율이 처음으로 30%를 넘긴 것도 일찌감치 판단을 굳힌 시민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한국 정치는 ‘거야 입법 대 거부권 행사’가 상징하듯 대화·타협의 협치가 실종되고, 민생의 답을 주지 못하고, 서로를 향한 막말과 악마화만 넘쳤다. 시민이 듣고 싶은 말보다 입을 막고 가르치려 드는 국정이나 정치가 많았다. 국정 리더이자 조정자가 되어야 할 대통령은 외려 내 편, 네 편 편을 가르고, 끝까지 민생토론회로 전국을 돌며 ‘관권선거’ 시비를 키웠다. 그런 한국 정치 속에서도, 여야의 차선·차악까지 따지며 심판하는 열기가 높은 사전투표율로 나타난 셈이다.
방향은 다르겠지만, 다수의 사전투표 유권자들이 ‘응징 투표’에 끄덕이는 건 작금의 정치에 대한 준엄한 경고일 수 있다. 정치를 바꾸라는 절박한 명령이다. 시민들의 높은 투표 참여 열기 앞에서 여야는 겸손해져야 한다. 4년 전과 총선은 별다를 게 없다. 정책·비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공천 검증은 부실하고, 상대 정당을 향한 네거티브만 반복되는 선거를 아프게 성찰해야 한다. 이제 이틀 남았다. 여야는 유권자에게 ‘이기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선거 후엔 어떻게 바뀔 것’인지 제대로 답하고 약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