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재정법 어긴 나라살림 결산, 이것도 총선 꼼수인가

한 해 동안의 나라살림을 정리·평가하는 국가결산보고서는 매년 4월10일 이전에 발표하도록 국가재정법에 명시돼 있다. 그동안 정부는 통상 4월 첫째 주에 해당 보고서를 공개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총선일인 10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11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가결산보고서에는 지난해 세입·세출 결산 결과와 재정적자·국가부채·국가자산 증감 규모 등이 담긴다. 지난해 국가 재정 현황·동향의 종합판인 셈이다. 보고서는 감사원 검사를 거쳐 정부에 재송부되고, 정부는 이를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도 이미 3월 말 작성이 완료돼 기획재정부 내부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년과 달리 4월 첫째 주 국무회의에 관련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해 발생한 56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 등으로 각종 재정 지표가 크게 나빠졌기 때문에 총선 뒤로 발표를 미뤘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법 제59조는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국가결산보고서를 다음 연도 4월10일까지 감사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에 날짜까지 못 박은 것은 그만큼 처리 절차가 엄격하고 뒤따를 일정도 촉박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제처 등의 자문 결과 법정기한이 이번처럼 선거로 인한 공휴일인 경우 민법 조항에 따라 이튿날인 11일에 감사원에 제출해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4월10일도 일요일이었다. 당시 정부는 보고서를 4월5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과 2022년엔 4월10일이 주말이어서 각각 4월6일과 5일에 보고서가 공개됐다. 법제처 자문을 근거로 대는 것도 아전인수에 불과하다. 주지하듯 검사 출신 이완규씨가 이끄는 법제처는 지난 2년간 윤석열 대통령의 ‘시행령 꼼수 통치’를 옹호하는 법 해석으로 편향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국가재정법이 있는데 굳이 민법에 따라 국가 재정 결산을 미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는 총선을 겨냥해 온갖 선전을 하면서도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사항은 철저히 감추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꼼수를 써도 부자 감세로 인한 역대급 세수 펑크는 사라지지 않는다. 논란을 자초한 기재부도 문제다. 최상목 부총리 이하 공무원들은 정권이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상기하기 바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기 기획재정부 2030자문단 정책제안 발표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기 기획재정부 2030자문단 정책제안 발표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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