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을 다음달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처리하겠다고 한다. 이 특검법은 채 상병 순직에 대한 진상규명,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압력 행사 의혹 등 두 가지를 다룬다. 지난해 10월6일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됐고, 180일간의 숙려 기간을 거친 지난 3일부터 국회 본회의 상정·표결이 가능하다.
외압 의혹 사건은 지난해 8월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를 승인했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하루 만에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지휘 책임자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한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한 의혹이 짙다는 게 골자다. 당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유선전화로 이 장관과 해병대 지휘부와 통화하고, 국방부·해병대 사건 처리가 급변침한 정황과 물증이 줄잇고 있다. 하지만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수사단장)을 항명·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군 검찰은 대통령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는 핵심 피의자이자 출국금지 상태인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출국시켜 진실을 은폐하려한다는 국민적 공분을 자초했다. 이 전 장관은 25일만에 사퇴했지만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재점화시켰다.
현재 공수처가 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핵심 피의자 주변 인물과 압수수색물 분석을 하고 있지만, 공수처장과 차장이 모두 공백 상태여서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 속에서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과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의혹을 규명하려면 채 상병 특검법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셈이다.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인 야당이 단독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국민 대다수가 채 상병 특검법을 지지하고 있고, 총선에서도 중대한 쟁점이 된 사안이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 후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은 12일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하겠다고 했다.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굳이 22대 국회로 넘길 이유가 없다. 여당은 특검법 처리에 협력하기를 바란다.
윤 대통령은 전날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권을 행사할 시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대승적으로 수용해 총선 후 야당과의 협치, 국정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