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건희 여사 관련 청탁금지법 고발사건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구성,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5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1부에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해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총장의 수사 지시는 4·10 총선에서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재추진하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김건희 특검’ 도입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의도가 무엇이건 이 총장이 뒤늦게나마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신속·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힘을 실어주고 외압을 막으라고 총장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이 디올백 수수와 관련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느냐다. 이 사건은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9월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받았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따지려면 디올백 수수와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 윤 대통령의 디올백 수수 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있고 디올백 수수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김 여사뿐 아니라 윤 대통령도 어떤 식으로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 보도를 보면 김 여사가 평소 국정에 관여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도 한둘이 아니다. 김 여사의 금융위원회 인사 개입 의혹, “앞으로는 제가 나서 남북문제를 다룰 생각”이라는 김 여사 발언이 그렇다. 이런 의혹까지 두루 실체를 규명하지 않으면 ‘김건희 특검 방탄용 수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빠진 이 총장의 이번 수사지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이 총장은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가 도이치모터스 건에 대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했다며 손을 놓고 있다. 이 총장이 이 수사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거나 권력 핵심부가 이 총장의 수사 개입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디올백 수수 건에 대한 이 총장의 수사지시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도이치모터스 건에 대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즉각 복원하고, 이 총장은 이 건에 대해서도 신속·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