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서 171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원내대표에 ‘친이재명계 핵심’ 박찬대 의원(3선·인천 연수갑)이 지난 3일 선출됐다. 박 원내대표는 단독 입후보해 사실상 추대 형식으로 뽑혔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 지도부인 운영수석 부대표·정책수석 부대표에 친명인 박성준·김용민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이재명 대표는 4·10 총선 후 주요 당직을 친명계로 채웠는데, 국회 운영도 강성 친명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엄중하게 지켜만 보고 머뭇거리다 실기하는 과거 민주당과 결별하겠다”고 말했다. 선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재추진, 민생회복지원금 추가경정예산 추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 확보 등을 거론했다. 하나같이 정부·여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들이다. 당장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부터 여야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총선 민심은 윤석열 정부의 독선·불통을 심판했지만, 민주당을 무한 신뢰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의석을 몰아준 게 아니었다. 박 원내대표는 “일하면서 싸우는 민주당, 행동하는 민주당이 돼 국민께서 정치 효능감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21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가졌지만 민생 문제 해결에 무능했다. 여야가 사사건건 싸우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이다. 여권의 독주와 불통의 책임이 크긴 하지만, 할 일을 하지 않은 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야당이 정부·여당과 싸울 땐 싸우더라도 협력할 건 협력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야당이지만, 원내 1당으로 국정 운영에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만이 정치 효능감을 갖는 식이어선 바람직하지 않다.
박 원내대표의 무경선 당선은 이 대표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총선 후 당 사무총장·전략기획위원장·민주연구원장 등 주요 당직을 강성 친명 인사들이 독차지했다. 차기 국회의장 경선에서도 후보들은 ‘명심’만 좇고 있다. 다양성이 사라진 공당(公黨)이 건강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당 운영도, 국회 운영도 힘을 앞세워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독선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민주당이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언제건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항상 유념하고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