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전산망 정보 유출 한달간 은폐, 정부 기강해이 도 넘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복구를 위한 현장점검 도중 이 장관의 등본과 인감 서류를 발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복구를 위한 현장점검 도중 이 장관의 등본과 인감 서류를 발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초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서 오류가 발생해 타인의 민원서류가 발급되는 등 1200여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해 11월 ‘정부24’ 먹통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정부가 시스템 보완을 약속했지만, 반년 만에 또다시 이런 사고가 터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 전까지 정부가 이 사실을 한 달간 함구했다는 점이다. 잘못 발급된 서류는 즉시 삭제해서 괜찮다는 논리인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일하다.

지난달 초부터 중순까지 잘못 발급된 증명서는 교육 관련 646건, 납세증명서 587건 등 총 1233건이다. 성적·졸업 등 교육 서류는 다른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고스란히 담긴 채 발급됐다. 법인용 납세증명서는 사업자등록번호 대신 법인 대표 성명과 주민번호가 노출됐다.

행안부는 처음엔 함구하다 언론의 확인 요청에 뒤늦게 설명자료를 내고 “잘못 발급된 민원서류는 즉시 삭제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원인으로는 프로그램 개발상 실수를 지목했다.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주무부처가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사태 무마에만 급급하니 한심할 뿐이다. ‘디지털 재앙’을 몰고올 뻔한 사안인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가 국가 행정망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행안부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공직 기강이 무너진 것 아닌가 의심케 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3년 주택 공급 실적을 실제보다 19만2000채 적게 집계해 발표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3개월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통계가 ‘생명’이나 다름없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중대한 과실인데도 국토부는 큰일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법원이 정부에 관련 회의록을 요구했으나 2000명 증원을 확정한 회의록 외에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정부 부처의 행정능력과 태도가 윤석열 정부 들어 급속도로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안들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예전 정부라면 주무부처 장관을 문책할 사안들이다. 이런 것마저 소홀히 한다면 행정에 대한 국민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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