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고 72분간 국정 현안에 대한 문답을 했다. 하지만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 21개월 만의 회견에도 다른 것이라곤 형식적 소통 모양새가 방송 전파를 탄 것뿐이다. 정권 차원 의혹에 대한 특검은 ‘수용 불가’였고, 국정기조는 자찬하면서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무게를 뒀다. 총선 참패 후 민심에 귀기울이겠다는 다짐은 허언이었는지 묻게 된다. 민심과 먼 대통령이라는 개탄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다.
총선 참패 인식부터 민심과는 괴리가 컸다.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들이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를 내린 것을 인정하면서도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 정부 정책을 설명해드리고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고 체감과 홍보 문제로 돌렸다. ‘국정 방향은 옳고 열심히 했는데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지난달 16일 국무회의 입장에서 1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고 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 대해선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부실할 때 하는 것이라고 거부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는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면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검은 “정치 공세”라고 치부했다. 나아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동안 치열하게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총장이 윤 대통령이고 윤석열 사단이 검찰을 이끈 사실은 눈감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과거 부실수사가 없었다고 한 건 지금 검찰에 또 한번 가이드라인을 내린 건지 묻게 된다. 검찰은 지금까지도 김 여사 소환이나 조사는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그 주변의 살아 있는 권력까지 겨누는 특검은 손사래 치면서 “검경이 잘 수사할 것”이란 윤 대통령 말에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윤 대통령은 국정 기조에 대해 “고칠 것은 고치고 지킬 것은 지키겠다”고 했지만, 모두발언을 보면 빈말에 가깝다. 건전재정, 민간 일자리 창출, 부동산 규제 완화, 한·미 동맹 강화, 노동시장 개혁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지난 2년의 성과로 포장했다. 총선 참패 후 국무회의 때 “국정기조는 옳았다”고 한 발언만 없을 뿐, 소통·홍보 탓하는 시각은 그대로다. 그러면서 검찰 중심 인사와 ‘입틀막’ 국정, 민주주의 퇴행에 대한 성찰적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향후 3년도 큰 변화 방향은 내놓지 않았다. 건전재정을 위협하는 부자 감세 철회도 없고, 부동산·주식을 부양하는 규제 완화 기조도 유지했다.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은 바람직하지만, 구체적 대안 제시 없이 정부조직법 개정 등 국회 협력 문제로 넘긴 것은 아쉽다.
민심은 이번 회견에 기대를 걸었다. 달라지지 않을 거란 부정적 반응이 다수였지만, 일말의 기대를 한 것은 바뀌어야 할 절박함이 컸기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도 신뢰 회복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었다. 회견을 앞두고 진보·보수를 떠나 각계각층에서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길 당부한 이유도 그것이었다. 하지만 자찬하고 민심을 탓하고 위기를 모르는 안일한 인식만 목도했다. 국민들로선 절망적인 회견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정 동력이 흔들릴 위기를 직시하고, 반성적 성찰과 협치·쇄신에 더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