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강보험 보장성 높여 과잉진료 부르는 실손보험 폐해 막아야

과잉 진료 등으로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전년보다 4400억원 늘어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적자는 2019~2022년에도 매년 2조원 안팎을 기록했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 중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사설 보험 상품이다. 국민 5명 중 4명이 가입해 있고, 지난해 전체 보험료가 14조4000억원을 넘는다.

보험은 미래의 위험에 대비한 금융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보험 가입자는 보험금을 타지 않는 것을 최선으로 여긴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실지출 의료비를 보장해주면서 일반 보험과 판이하게 인식·운용되고 있다. 실손보험 존재 자체가 보험사고 격인 진료를 부추기는 요소가 돼버린 것이다. 최근 실손보험 대상에 포함된 무릎 줄기세포 주사의 보험금 청구 건수는 지난해 7월 38건에서 올해 1월 1800건으로 6개월 새 5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의료 공급자인 병원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보험 대상이 아닌 미용 시술을 급여로 허위 청구하는 등 불법·부정 행위가 횡행하고 있지만 가입자와 병원이 짜면 적발이 쉽지 않다.

실손보험 적자는 결국 개인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지만,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불필요한 건강보험 지출을 야기해 공적보험의 재원을 갉아먹고, 이는 다시 국민 불안감을 자극해 사적보험 시장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의사들이 산부인과나 소아과 등 필수의료를 외면하고 피부과·안과 등 비급여 청구에 유리한 진료과에 몰리는 것도 실손보험이 의료시장을 왜곡한 탓이 크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도 지금과 같은 실손보험 구조를 그대로 두는 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과잉 진료를 야기하고 필수의료를 무너뜨리는 실손보험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실손보험이 커질수록 의료 공공성은 후퇴한다. 단기적으로는 가입자와 병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비급여 진료 시 사전 승인을 받게 하거나 자기부담을 높여 과잉진료를 차단하는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최선책은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해 실손보험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 60%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실손보험은 매년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보장 비율을 높이면 지금이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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