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러 정상의 한반도 협상 재개 촉구, 가벼이 넘기지 말아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다. 두 정상이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발표한 수교 75주년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 대만, 북한 등 군사안보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에너지, 과학 등 광범위한 협력 방안이 담겼다. 푸틴 대통령의 새 임기 시작 후 열흘도 되지 않아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양국은 “미국의 이중(중·러) 봉쇄”에 대항하고 “다극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한 공조를 다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심화된 외교 고립을 탈피하려는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를 자신의 영향권 아래 두고 미국과 경쟁하면서 대 서방 관계도 잃지 않으려는 중국이 각자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 분명해 보이는 것은 중·러가 강조한 “다극 세계”가 동북아의 신냉전적 구도 강화로 이어지고, 한국 외교에 도전 과제를 던진다는 점이다.

두 정상은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바꾸려는 미국의 패권적 행위”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해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다른 관련국들이 상호 존중하고 서로의 안보 우려를 함께 고려하는 원칙 위에서 협상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도록 촉구”했다. 또 “정치·외교적 수단이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며 이것이 “국제사회가 지지해야 할 중국과 러시아의 건설적인 공동 이니셔티브”라고도 했다.

중·러의 한반도 관련 언급이 새로운 것은 아니며, 한국 입장에서 다 수긍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없으며, 지금 위기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 인해 초래됐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이는 중·러가 한반도 문제를 대미 경쟁의 하위변수로 보는 것과 무관치 않다. 다만 지난해 3월 중·러 정상선언에 비해 관련 언급이 상세해진 점 등으로 미뤄 한반도 충돌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러가 “협상 프로세스 재가동”을 촉구한 것은 그냥 넘기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 이후 중·러에 대해 다소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동안 한·미·일 협력 일변도 정책을 펴면서 중·러와의 관계가 악화됐다는 점에서 정책 기조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북한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북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에 절실한 것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핵문제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한·미·일 협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중·러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을 포함하는 외교와 대화의 공간을 만들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옆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환호하는 어린이들 앞을 지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옆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환호하는 어린이들 앞을 지나고 있다.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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