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윤·친한 갈등하는 총선백서, 책임 덮을 거면 왜 만드나

조정훈 국민의힘 제22대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정훈 국민의힘 제22대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규명·기록할 ‘총선 백서’를 두고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성찰은 희미해지고 책임을 모면하려는 친윤석열·친한동훈계의 정치적 수싸움만 도드라지더니, 급기야 조정훈 총선백서특위 위원장 사퇴론까지 불거졌다. 이런 집권 여당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국민 입장에선 암담하기만 하다. 선거 백서의 본질은 성역을 두지 않는 철저하고 투명한 자기반성이다. 진짜 문제와 책임을 대충 가리고 덮을 거면 백서를 만들 이유가 없음을 여당은 깊이 자각해야 한다.

조 위원장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간 전대 출마설로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시비에 휘말리고, 친한계가 사퇴를 요구하며 반발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백서에 대한 신뢰가 금이 갈 대로 간 당내 상황을 감안하면 때 늦은 처신이다. 백서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에 조 위원장의 책임이 작지 않다.

국민의힘의 백서 갈등은 자명한 책임과 원인을 두고 엉뚱한 논란이 부각될 때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특위가 총선 평가 설문조사를 하면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이·조 책임론’이나 원톱 체제 등에 대해 집중 질문하자 친한계가 반발했다. 정작 국민이 다 아는 대통령실 책임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고 하니 누가 공정하다고 보겠는가. 조 위원장의 전대 출마설로 한 전 비대위원장 견제 시비까지 불거졌으니, 이렇게 정치적으로 덧칠되고 오염된 백서가 나온들 신뢰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 여당의 책임을 따지자면 윤석열 정부의 독선·불통을 견제하지 못한 비겁함이 가장 큰 부분일 텐데, 백서에서조차 “대통령실은 성역”이란 내부 비판이 나올 정도이니 여당의 반성과 변화는 연목구어가 될 듯하다.

총선 백서는 승패 원인과 교훈을 찾고 향후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게 목적이다. 수도권에서 고투하며 총선 민심을 절감한 소장파 모임 첫목회의 지난 15일 목소리들만 제대로 백서에 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당시 이들이 꼽은 불통 정치, ‘런종섭 사태’ 등 5가지 참패 원인은 국민들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총선 참패를 성찰한다면서, 그것조차 권력 다툼으로 바꿔치기하는 집권여당은 진심으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발가벗을 정도의 결기로 성역 없고 투명한 성찰을 백서에 담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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