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의대 증원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선언했다. 각 대학에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을 서둘러 줄 것도 촉구했다. 이로써 2025학년도 의대 증원과 입시의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의료 현장이다. 전공의들이 여전히 돌아올 의사를 내비치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 전문의 배출엔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20일 전공의들을 향해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수련 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시점인 오늘까지 복귀해달라”고 호소했다. 수련 공백 3개월이 넘는 전공의는 수련기간 부족으로 내년 1월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박탈당한다. 그렇게 되면 전문의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져 지금의 의료 공백이 고착화·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의대생 대량 유급을 막기 위한 대학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실습 수업시수가 부족해져 의사 국시 혼선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의료계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대입 모집요강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 증원이 공공복리에 부합한다는 사법부 판단이 나온 만큼 더 이상의 논란은 소모적인 입시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정부 의료정책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국민 생명과 건강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고려할 때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의사가 파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결을 새겨들어야 한다. 의대 증원 찬성 여론도 72.4%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높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이제 중단할 수 없게 됐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장에 복귀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 로드맵 논의에 적극 의견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늘린 걸로 이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지난 3개월의 극심한 의료 혼란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인 아마추어 행정 탓도 크다.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적극 발휘해야 한다. 먼저 2026학년도에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쐐기를 박아놓은 것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래서는 의·정 대치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고, 앞으로도 해마다 똑같은 갈등과 파국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을 증원한다는 정부의 숫자에는 직접적인 근거가 없으므로, 매년 대학 측의 의견을 수렴해 정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법부 지적을 수용하고, 지금부터라도 열린 자세로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