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채 상병 특검 거부, 국민과 맞서는 권력사유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이어 본인이 얽힌 특검 수사도 막았다. 주권자가 위임한 헌법적 권한을 대통령이 사적으로 쓴 것이다. 특히 채 상병 특검법은 여권이 완패한 총선 민심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맞서고 싸우는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실이 밝힌 특검법 거부 이유는 크게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것과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 부여해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한 14건의 특검법 중에 대북송금(2003년)·BBK(2007년)·세월호(2020년) 특검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특검수사에 참여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은 특검의 공정성을 위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했다.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뒤 필요시 특검을 도입하자는 것도 시간벌기라고 국민들은 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감추려고 구차한 말만 늘어놓고 있는가.

의혹의 핵심은 지난해 7월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가 뒤집힌 과정에 윤 대통령의 ‘격노설’과 대통령실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이 다가오자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내보내 국민적 의구심을 키웠다. 초동 수사 단계부터 대통령실이 개입한 구체적 단서도 드러나 있다.

이번 사건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중대 사안이다. 공수처가 수사 중이지만 인력·역량 모두 부족하고, 이 사건의 통신자료 증거인멸 시효(7월)도 목전에 와 있다. 공수처 수사의 기소권을 쥔 검찰이 최근 김건희 여사 수사팀을 싹 바꾸면서 국민들 사이에선 검찰에 대한 불신도 높아져 있다. 70%에 이르는 국민들이 특검법을 지지하는 것도, 살아 있는 권력의 의혹을 낱낱이 속도 있게 밝히려면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2년 만에 벌써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다.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이 연루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건 ‘셀프 방탄’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한 것이다. 이를 용납할 국민은 없다. 윤 대통령은 기어이 국민과 맞서려는 건가. 야7당은 이번 주말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고했다. 야당에선 ‘정권퇴진’ ‘탄핵’ 소리도 나오고 있다. 향후 초래될 국정 부담은 오롯이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검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할 예정이다. 3분의 2 찬성으로 통과되려면 국민의힘에서 17명이 찬성해야 한다. 여당 의원들은 민심을 배반한 윤 대통령이 아니라 민심을 받들어 21대 의원으로서 마지막 소명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이날 임명된 오동운 공수처장은 특검법 논의와 상관없이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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