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오락가락 국정이 도를 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조변석개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주요 정책 발표·발언이 뒤집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지난 20일 고령자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한다고 했다가 바뀐 게 대표적이다. 조건부 면허제는 야간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을 조건으로 면허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고령화 시대에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교통약자인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일률적 기준 적용 문제도 불거지고,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에선 마땅한 대안도 없다. 그러자 정부는 다음날인 21일 “조건부 운전면허는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발을 뺐다.
22일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밝힌 공매도 재개 방침이 폐기됐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후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개미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시적으로 금지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 이 원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을 만나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 정부도 올 상반기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언론과 통화하며 “공매도에 관해서는 특별히 바뀐 입장이 없다”면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주지하듯 지난 19일엔 해외 직접구매(직구) 제품에 대한 안전 인증 의무화 정책이 번복됐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으면 해외 직구를 원천 금지하려던 방침을 사흘 만에 철회한 것이다. 해외 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14개 부처 가운데 일부는 KC 인증 의무화 방침을 발표 당일에야 파악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도 대통령실은 TF에 참여하지 않아 몰랐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연구·개발 예산 삭감, 만 5세 입학, 주 69시간 근로, 수능시험 킬러문항 배제, 의대 2000명 증원 등 윤석열 정부의 즉흥·졸속 행정에 국민은 내내 골병이 들었다.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도 심각하다. 이런 국정 난맥에도 문책을 하거나 책임지는 자가 보이지 않는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이러다 어디서 대형 사고가 터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고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