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사도광산에 대해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보류’ 권고를 내렸다고 일본 문화청이 지난 6일 발표했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노역을 했던 곳이다. 한국 정부의 반대를 피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해 사도광산 등재를 신청하며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7)로 한정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에 자문기구가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해 전체 역사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한 것은 타당한 조치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 추진에 강제노역사를 뺀 것은 ‘완전한 역사’를 반영한다는 세계유산 등재 원칙에도 어긋난다. 세계유산 등재 신청 결정은 등재·보류·반려·등재 불가 등 4단계로 나뉘는데 일본이 받은 ‘보류’는 ‘신청국이 보완 조치를 취하도록 신청국에 다시 회부한다’는 의미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문기구는 “광업 채굴이 이뤄졌던 모든 시기의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일본 주장과 달리 사도광산에선 약 1500명의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이 구체적인 자료나 증언으로 입증됐다.
식민지 시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 회피는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보류 결정이 나오자 반성은커녕 사도광산의 가치는 인정받은 것이라며 올해 등재가 가능하다는 뻔뻔한 해석을 늘어놓았다. 부끄러운 역사는 무조건 감추려 드는 대국답지 못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확정 당시에도 강제노역의 역사를 알리고 희생자를 기리는 후속 조처를 약속했으나 이를 위해 도쿄에 만든 산업유산센터 전시장에는 학대와 차별이 없었다는 증언 위주로 전시해 유네스코가 강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당시의 약속 불이행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사도광산의 등재 여부는 다음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난다.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등재가 가능하다. 역사를 왜곡하고 국제사회와의 약속마저 지키지 않는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국 정부도 일본의 ‘성의’에만 기댈 게 아니라 일본이 자문기구의 권고 사항을 이행하도록 더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일본은 약속대로 강제동원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