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말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남측이 대북 확성기 선전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새로운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무장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남측 경고사격에 퇴각한 사실까지 뒤늦게 공개됐다. 미국 국무부는 “남북한 긴장 상황을 매우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을 떠났다. 이번 순방에는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모두 동행했다. 안보 사령탑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안보 위기’라면서 모두 나라를 비우는 모습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윤 대통령이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방문을 떠난 것은 지난 10일 오전이다. 군이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선전방송을 재개하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새로운 대응”을 하겠다는 위협 담화가 나온 다음날이다.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오래전부터 준비됐고, 자원 부국인 중앙아 3국과 협력할 의제가 많다는 점에서 안보 위기를 이유로 연기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의 안보 참모들은 다르다. 특히 안보실장과 안보실 1차장이 모두 출장에 따라갈 필요가 있었을까. 안보 사령탑으로서 실시간 변하는 남북 간 동향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지난 9일에는 북한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퇴각한 일이 있었다. 군은 애초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11일에야 “단순 침범”이었고 “특이동향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이 ‘별일 아니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이 예민한 시기에 북한군이 일부 무기를 휴대한 채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경위와 의도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 혹시 군이 ‘대통령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의 의미를 애써 평가절하하려는 것이라면 문제이다.
지금은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철저한 대비 태세와 한반도 상황 관리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는 대응은, 그들 스스로 안보 위기라고 하면서 이 위기를 정말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오물 풍선 등 북한의 이례적·도발적인 동향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에게 신뢰할 만한 대응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 확신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