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방송에 나와 ‘임대차2법(계약갱신 청구권 및 전월세 상한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도 언급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대한 고민은 안 보이고, 고가·다주택자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박 장관의 인식을 이해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임대차2법은 세입자가 원하면 최초 2년 계약 만료 후 5% 한도로 월세나 전세보증금을 올리고 추가 2년 거주를 보장하는 제도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됐으니 다음달로 만 4년이 된다. 도입 초기 공교롭게 전세가격 폭등 상황과 엉키면서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이제는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서민들의 이사 주기가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 것은 대표적인 순기능이다. 이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안하면 이만한 민생 주거대책을 찾기도 어렵다.
박 장관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4년치를 선반영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4년 단위로 전세 보증금이 크게 오를 수 있어 서민 주거 불안이 커진다는 것인데 억지 논리에 가깝다. 과거 전세가는 2년 단위로도 크게 올랐다. 전세가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주택 매매가, 시중 금리 등에 좌우되며 거주 기간은 주요 변수가 아니다. 박 장관 등 임대차2법 폐지론자들은 법 시행 4년을 맞아 다음달 전세시장에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2+2년’ 만기 매물이 쏟아지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 임대차계약은 12개월 분산돼 이뤄지므로 다음달이라고 해서 특별히 전세 계약이 몰려 있는 것도 아니다. 혹여 이런 일이 우려된다면 그에 맞춰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순리다.
박 장관의 종부세·재초환 폐지 발언도 생뚱맞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대폭 완화하고 공시가격까지 낮추면서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 중과 대상자가 99% 넘게 감소했다. 재초환 폐지는 부동산 투기를 불러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 법 개정 사항인 만큼 여소야대 구조에서 박 장관이 밀어붙인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국토부 장관은 국민의 주거 복지를 책임지는 자리다. 박 장관은 부디 서민과 세입자를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로 무산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실효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일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