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익위 아전인수식 ‘김건희 구하기’, 특검 이유 높인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13일 피고발인 조사를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13일 피고발인 조사를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지난 12일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와 관련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문제 삼기 힘들다’는 취지로 말했다. 권익위가 디올백 수수 사건을 종결한 걸 두고 비판이 쏟아지자 부랴부랴 기자들을 만나 배경 설명이랍시고 내놓은 게 이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정 부위원장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디올백 수수는 대통령 직무와 관련 없으니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과 윤 대통령 부부의 김 전 의원 일행 접견 등을 요청했다. 최 목사는 13일 “김 여사는 제공하는 선물을 다 받았고, 시도하는 청탁을 들어주려 노력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권익위는 최 목사를 불러 조사하지도 않고,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했다.

정 부위원장은 또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재미교포인 외국인이 건넨 선물은 국가가 소유하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어 신고 의무가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인지한 즉시 신고하고 반환토록 조치해야 하는데, 디올백 수수 건은 공여자(최 목사)가 미국 시민권자라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법 2조는 대통령이나 가족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외국인에게서 받은 선물 등을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정상외교 등 과정에서 외교·국제 관례상 거절하기 어려운 선물을 받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누가 보겠나.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받은 책을 내다버린 건 대통령기록물 무단 폐기인가. 처음부터 면죄부를 주려고 이런저런 조항을 아전인수식으로 끌어다 얄팍한 법기술을 부린 걸로 볼 수밖에 없다.

권익위 내 친윤석열 인사들이 이번 일을 주도했다고 한다. 감사원·방통위·방심위가 그러더니 이제 권익위가 대통령 부부의 호위무사로 나선 건가. 이번 결정으로 권익위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신뢰도와 권위를 땅에 떨어뜨렸다. 기관 입장에서 이보다 더 큰 배임이 없다. ‘김건희 특검’을 도입할 이유와 명분과 당위성을 권익위가 더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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