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대 여론 높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서둘지 말라

내년 초등학교 3~4학년부터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놓고 학부모·교사·전문가들의 우려가 사방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7일 공개한 설문조사(전국 학부모 1000명·교사 1만9667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의 82.1%는 도입에 앞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사들의 도입 찬성 의견은 12.1%에 불과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렇게 높은 반대 여론에도 AI 교과서 도입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다.

AI 교과서는 단순히 종이 교과서를 스캔해 디지털 기기로 옮기는 수준을 넘어, AI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돕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화하고, AI 기술을 교육 현장에 적절히 접목할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AI 교과서 도입은 학생들의 학습 패턴과 뇌 발달과정, 더 나아가 교사·학생 간 상호작용 등에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쳐 파급력이 큰 사안이다.

일찌감치 디지털 교육을 적극 도입했던 스웨덴·노르웨이 등은 집중력·문해력 저하 등의 부작용 때문에 다시 종이책과 대면 중심 수업으로 돌아오고 있다. 스웨덴 교사들은 디지털 교육 도입 후 학생들이 대문자 사용에 서툴러지고, 수학 문제를 풀 때 과정보다 정답을 추측하는 데만 치중하는 경향이 커졌으며, 읽기 속도와 독해력이 저하됐다고 말한다.

AI 교과서 도입이 디지털 격차를 더 악화하고, 학생들의 방대한 개인정보가 사기업으로 흘러들어가게 될 거란 우려도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교원조직인 국제교육연맹(EI)은 최근 열린 총회에서 “교육현장에서 AI 기술을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교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연맹은 한국의 AI 교과서 사업을 검증할 국제조사단을 파견해 달라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요청도 긍정 검토 중인 걸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오는 12일부터 AI 교과서 참여 심사 접수를 시작해 11월 검정심사를 완료하고, 내년 3월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교실에서 쓰일 AI 교과서 테스트 기간은 서너 달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이 도입 속도라도 늦추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발달 과정은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부작용이 생기면 나중에 바로잡기 더 힘들어진다. AI 교과서는 늦어지더라도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맞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6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브리핑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6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브리핑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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