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의롭지 못한 국정농단 주범들 사면, 이게 국민통합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 마지막 날인 9일 충남 계룡대를 방문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 마지막 날인 9일 충남 계룡대를 방문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광복절 특사 명단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조윤선·현기환·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들이 사면·복권되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농단 주범들이 사실상 모두 면죄부를 받게 된다.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현 전 수석은 보수 단체를 불법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 당사자다. 안 전 수석은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강요했다. 하나같이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사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등으로 징역 14년2개월이 확정됐는데 2022년 말 감형받고 가석방되더니, 이번엔 특사로 복권까지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사면했고, 기회 될 때마다 국정농단 연루자들을 특사에 포함시켜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정치적 생명’을 줬다.

국정농단 사건은 헌정사에 중대한 오점으로 남아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시절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했지만, 이 단죄를 가능케 한 것은 촛불민심이었다. 이들을 용서하려면 당연히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통령 권한이라고 일방적으로 사면·복권하는 건 정의롭지 않고 민심에도 역행한다.

광복절 특사 후보자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들어 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징역 2년형 중 형기 5개월을 남기고 2022년 12월 특사로 사면됐다 이번에 복권 대상이 됐다.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중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 않았다’며 복권에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김 전 지사 사면 발표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한 대표 아니었나. 한 대표는 수사·처벌했던 국정농단 주범들이 특사가 되는 것에는 왜 침묵하는가.

윤 대통령 특사는 취임 2년5개월 만에 벌써 다섯 번째다. 윤 대통령은 매번 국민통합 차원에서 생계형 사범 위주로 사면할 것처럼 하더니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인물들을 특사에 끼워넣었다. 이번 특사를 두고도 보수층 결속을 꾀한다거나 야권 분열을 노리고 있다는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윤 대통령은 원칙 없이 남용하는 특사는 국민통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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