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주년 광복절이 두 쪽으로 갈렸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 경축식엔 독립운동단체·야당과 국회의장이 불참했고, 광복회는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기념식을 따로 열었다. 독립기념관은 이날 공식 기념 행사를 취소하고 천안시가 별도 행사를 가졌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1948년 8월15일 건국을 옹호한 강원도 기념식에선 광복회 회원이 항의·퇴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와 독립운동단체의 기념식이 따로 열리고, 독립기념관이 자체 행사를 하지 않은 광복절은 모두 처음이다. 여야도 하루 종일 날선 말과 책임 공방을 주고받았다. 두 쪽 난 광복절, 독립선열 앞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광복절을 보낸 것이다.
국권을 되찾은 광복의 기쁨과 통합된 미래를 새길 광복절을 극한 이념 대립과 정쟁의 장으로 바꾼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 발단은 뉴라이트 사관 논란을 일으킨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이었다. 그로부터 역사·교육 정부기관에 중용된 뉴라이트 인사,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서 다시 드러난 굴욕외교 참사, ‘1948년 건국절 제정’과 ‘이승만 신격화’ 시비가 다시 커졌다.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절규는 뉴라이트 인사를 강행하겠다는 정부와 독립운동선양 단체 간의 전면전 선언과 다름없다.
광복절의 분열과 갈등에는 ‘친윤 낙하산’ 사장이 이끄는 공영방송 KBS도 기름을 부었다. KBS는 15일 0시부터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기미가요 선율이 들어간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을 방송했다. 오전엔 잘못된 태극기 이미지를 배경화면에 넣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미화시키고 “객관성 결여”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독립영화로도 인정받지 못한 다큐 <기적의 시작>을 심야에 방송했다. 파장이 커지자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기미가요로 시작해 이승만 다큐로 마무리한 ‘KBS의 광복절’이 개탄스럽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국민적 합의에 기반하지 않은 굴욕적 대일 외교와 친일·숭일 인사 등용이 일상화하고 있다.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의식을 흔들고 사회적 분열을 낳는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멈춰야 한다. 여당에서도 거부 목소리가 나오는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가 그 시작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광복절의 분열과 극한적 대치는 이 사회에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