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6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한동훈 대표가 언급했던 제3자 추천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대표가) 법안을 내놔야 법사위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서로 협상도 하고 범위도 조절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한 대표가 결단을 내려 법안을 내놓고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기국회 이전에도 관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때 야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토록 한 민주당안이 위헌적이라며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안을 담아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채 상병 특검을 바라는 총선 민심과 다수 여론을 받들고 수평적 당정 관계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당 대표로 선출된 지 20일이 넘도록 한 대표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번째로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힘을 실었을 뿐이다. 그러던 차에 세번째로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한 민주당이 제3자 추천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했으니 한 대표로선 더이상 시간을 끌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한동훈표 특검법’ 발의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제기한 제보공작 의혹은 ‘임성근 구명 VIP 로비설’이 담긴 해병대 출신 인사들의 단톡방 대화 제보에 공작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실체도 불분명한 이 의혹도 특검법에 넣으려는 건 ‘물타기’ 시비가 일겠지만, 의혹 당사자들의 혐의가 모두 특검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기에 여야가 얼마든지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박 원내대표가 한 대표 발언에 “환영한다”고 반응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언제까지 야당 단독 발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을 반복할 건가. 이번 만큼은 여야 합의로 채 상병 특검을 관철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관건은 한 대표의 의지와 리더십이다. 같은 당 추경호 원내대표과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특검은 공수처 수사가 끝난 뒤에나 검토할 문제라고 말한다. 대통령실 기본 입장과 같다. 당장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한 대표 입장문에 대해 “한 대표가 할 수 있는 가장 원론적인 반응”이라며 “(박 원내대표 발언이) 그동안 저희가 가지고 있던 입장에서 추가 논의를 해야 할 정도로 진정성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톤을 낮췄다. 이들을 설득하는 건 한 대표 몫이다. 혹여라도 당내 민주주의를 이유로 법안 발의 시점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대야 협상의 허들을 높여 특검 반대 명분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검 도입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한 대표의 리더십은 당 안팎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은 당대표 한동훈의 첫 정치적 시험대이자 향후 당정관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