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도에 새 공항을 짓는 사업 계획을 확정해 공개했다. 국토교통부가 6일 관보에 게재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및 지형도면 고시’를 보면 제2공항은 제주도 동쪽 해안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현 제주국제공항보다 1.5배 더 큰 규모(551만㎡)로 지어질 계획이다. 연간 최대 1992만 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부지를 확보한다고 한다. 총사업비 5조4532억원이 드는 대규모 국책 토건 사업이다.
정부는 기존 제주공항의 포화 상태 해소, 제주 지역 관광객 증가와 경제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주민 갈등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공항 건설을 강행하는 게 적절한 지 의문이다. 제주 내 4개 언론사가 지난 4월 제주도민 15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찬성 45%, 반대 47%로 반대 여론이 약간 높게 나왔다.
찬성 이유는 기존 공항의 잦은 연착 등 불편함이 가장 크지만,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반대 이유는 공항 인근 공동체와 환경 파괴뿐만 아니라 건설 이후 제주 전역의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부분 대규모 토건 사업에서 목격했듯이 이 사업도 극심한 주민 갈등이 예상된다. 제주도는 이미 강정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도 지역 공동체가 분열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국토부 고시에서 눈에 띄는 것은 30년 뒤 제주도 방문객 수를 지금의 3배인 4108만명으로 추산한 점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방문객이 1338만 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만큼 회복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금 방문객으로도 제주도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의 폐해를 앓고 있다. 기존 공항보다 더 큰 공항을 하나 더 짓는다고 방문객이 그만큼 늘어날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그렇게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제주도민들에게 좋은 일일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제주도를 방문하면 제주도 주민 삶과 생태·환경이 그 무게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제주도는 더이상 한적하고 아름다운 삶터로 남아있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기존 공항의 포화상태를 해결하는 방법이 반드시 제2공항 건설일 필요는 없다. 사실 이 사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더 필요했다. 전임 정부 때 환경부가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세 차례나 반려하며 신중을 기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를 해주며 기류가 바뀌었다.
그렇다고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따라 제주도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토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제주도와 협의해야 하고, 제주도의회 동의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제주도의회 논의를 실질적인 숙의의 장으로 삼는다면 이 사업을 되돌릴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지역의 운명과 미래를 지역이 스스로 결정하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