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사들의 주택담보대출을 놓고 정부 정책·금융 당국의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혼란의 진원지 격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신중하게 입장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그렇다고 향후 통일되고 실효적인 정책 메시지를 내놓을지 확실하지도 않다.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 무능하고 오락가락하는 관치로 인한 시장 혼란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기관 대출 규제는 자율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금융당국이 총량규제를 목표로 해서 톱다운 방식의 규제가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그런 규제를 안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이 금감원장이 “(은행 대출에)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한 데 대해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당국 눈치만 살피며 손쉬운 주택 관련 이자 장사에 치중하는 은행들이 자율 능력을 갖췄는지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당국자마다 하는 말이 다르니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다. 최 부총리 발언이 전해진 10일 이 금감원장은 은행장 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증가세 통제는 정책 운용 과정에서 우선순위 목표이다. 필요하다면 어떤 형태의 정책 수단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이 계속 늘면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는 것인데, 이 발언을 접한 은행들이 자율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겠는가. 은행들로서는 이미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좌충우돌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흔들어놓은 시장 질서를 목도했다. 금감원장이 지난 7월2일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를 악화시킨다”고 하자 은행들은 금리를 올렸고, 8월25일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하자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그 후 금감원장이 지난 4일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부담을 줘선 안 돼”라고 또 신호를 바꿨고 은행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처 정책 방향마저 다르다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데 정책자금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하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정책 대출을 집값 상승세의 핵심 원인으로 보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신생아특례대출 등이 늘어나 수요심리를 자극한 건 사실이다. 올해 주담대 증가액의 70%를 정책 관련 상품이 주도했다는 통계를 보면, 박 장관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지금 가계빚은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은 서로 영향을 주며 악순환하고 있다. “가계빚 관리 기조는 확고하다”는 정부 의지를 관철시킬 컨트롤타워 부활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