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감사원과 검찰이 정권의 친위대와 같은 행태를 보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두 기관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국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지녀야 할 균형감각의 최저선마저 무너졌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주권자인 시민이 위임한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이라는 자각과 소명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감사원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남동 관저 공사는 탈법과 불법투성이였다. 발주처인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은 준공검사도 하지 않고 준공검사를 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공사부터 시작하고 계약서는 나중에 만들었다. 공사에 참여한 18개 하도급 업체 중 15개 업체가 무자격 업체였다.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에 증축까지 포함된 공사를 맡기다보니 편법에 편법이 꼬리를 물었다. 21그램은 김 여사가 기획한 전시회의 인테리어 공사를 맡았던 곳이다. 이 회사에 관저 공사를 맡긴 주체가 김 여사일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의심이지만 감사원은 확인하지 않았다.
얼마 전 검찰은 김 여사를 출장조사한 끝에 명품백 수수는 위법하지 않다고 했고, 수사심의위 역시 수사팀과 김 여사 측만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지난 12일 주가조작 전주인 손모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손씨와 비슷한 역할을 한 김 여사는 4년째 처분하지 않고 있다. 그래놓고도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퇴임사에서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남 탓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검찰의 김 여사 봐주기식 행태가 특검 명분을 키운 것이다. 감사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고, 검찰청법은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로 규정한다. 권력에서 독립되기를 포기한 감사원, 권력의 사익을 대표하는 검찰은 공권력과 국가 형사사법시스템 전반에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체제 위협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반대한민국 세력에 맞서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반대한민국 세력은 과연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