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 내린 미 고금리 시대, 한국은 집값·가계빚 복합위기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시대의 막이 올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 내렸다. 시장 예상보다 인하 폭이 큰 ‘빅컷’이다. 물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고용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본 것이다. 연준은 연내 0.5%포인트 추가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금리를 낮추면 경기는 활기를 띠지만 물가가 오른다. 금리를 높이면 그 반대다.

미국 외 주요국들은 이미 금리를 낮추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12일 2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캐나다도 올해 들어 3번 금리를 내렸다. 지난 8월에 금리를 낮춘 영국은 조만간 또 낮출 가능성이 있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돈 풀기’에서 2022년 3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돈줄 죄기’로 전환한 뒤, 다시 방향을 ‘돈 풀기’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궁지에 내몰려 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실질소득 감소로 가계 흑자액도 줄었다. 실업도 심각하다. 일하지 않고 취업 준비도 없이 3년 넘게 무기력하게 쉬고 있는 청년이 8만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한국 경제에 일단 호재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좁혀져 그만큼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원화 가치 안정에 도움이 되고, 주식시장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금리 인하 부작용 또한 막대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증가와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크다. 지난 8월 가계 대출 증가 규모는 8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0억원짜리 주택 8200채를 살 수 있는 액수다. 최근 2%대로 낮아졌지만 소비자 물가도 여전히 불안하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와 금융 당국 신뢰도는 바닥이다. 한은은 다음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그때까지 가계대출과 집값을 잡지 못하면 금리 인하는 어렵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가계대출은 9월부터 시행된 정책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증가 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지만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정부는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지 말고, 재정 등 분야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바란다.

미국이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결정을 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결정을 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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