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라이트 기념관’ 시비 새 독립기념관, 국민 공감이 먼저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찾은 한 어린이가 태극기를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찾은 한 어린이가 태극기를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가보훈부가 지난 28일 내년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가칭)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기본조사설계비·시설부대비를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고 한다. 독립운동을 구별해 기존 독립기념관과 별도의 제2 기념관을 지어야 하는지부터 의문이지만, 독립운동 역사를 보다 기리기 위한 것이라면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 정권 입맛에 맞춰 역사적 상징공간을 추진한다면 역사 왜곡과 정쟁화를 피할 수 없다. 외교독립운동 등의 의미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이후 공론화 과정 없이 새 독립기념관을 밀어붙이니 독립 역사를 이승만의 역사로 만들려는 것인지 묻게 된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친일 뉴라이트 기념관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끊이지 않고 대일 저자세로 일관한 정부에 대해 국민적 불신이 큰 상황을 감안하면, ‘뉴라이트 기념관’ 지적도 무리가 아니다. 독립운동을 국내로 한정하면 상해 임시정부 등 항일무장독립운동이 배제되거나 의미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독립기념관 건립은 국민적 공감대와 동의 위에서 차근차근 이뤄져야 한다. 역사를 정쟁 대상으로 만들지 않고, 국가 정체성과 통합성을 지켜가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기존 독립기념관이 ‘독립기념관법’에 따라 건립·운영되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제2 기념관이 필요한지, 국내 독립운동 중심 기념관이 타당한지, 꼭 서울에 기념관이 있어야 하는지 따져물을 것이 한둘이 아니다. 대구의 국채보상운동기념관처럼 국내 독립운동은 지역별로 발상지에 다양한 규모로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이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사안들에 대한 학계·정치권 등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독립기념관 건립은 민족의 국난 극복 역사를 매김하고 후대에까지 그 정신을 물려주는 일인 만큼 한 정권이 못 박듯 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불필요한 역사 논쟁으로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제2 독립기념관 건립이 독립운동 역사마저 갈라치려는 의도라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독립기념관법은 1조에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족·국가·국민의 정체성을 독단하고 흔드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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