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 확전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사살 후에도 레바논 지상군 투입 준비를 멈추지 않고, 예멘 후티반군 근거지도 폭격했다.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을 차례로 폭격하면서, 이란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압박하는 모양새다. 결국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휴전은커녕 그토록 우려한 확전조차 막지 못했다. 1년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참상을 보면서 누구도 이스라엘을 막지 못한 ‘세계의 실패’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진 후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합의해 온 모든 전쟁 규칙을 무너뜨렸다. 병원을 공습하고, 난민촌을 폭격했다. 어린이와 국제구호요원을 표적 사살하고, 식량·의약품이 반입될 인도주의적 통로마저 차단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은 이스라엘로의 무기 공급을 중단하지 않았다. 미국은 전쟁 발발 후 최근까지 이스라엘에 100차례 넘게 무기를 지원했으며, 지난해 유럽은 전년 대비 10배 증가한 3억2650만유로 상당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판매했다.
이렇게 이전된 무기는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은 물론, 확전 불씨를 지피는 데 쓰여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원한 F-35 전투기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는 데 사용됐으며, 압도적인 파괴력 때문에 인구 밀집지역에서 사용되지 않는 2000파운드급 MK84 폭탄은 가자지구 알마와시 난민촌과 베이루트 교외지역 폭격에 쓰여졌다.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 휴전에 응하라는 국제사회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스라엘은 대담하게 ‘삐삐 테러’까지 감행했다. 유엔의 이스라엘 제재 결의안은 번번이 미국의 거부권에 가로막히고, 이스라엘 규탄 시위는 반유대주의라며 유럽·미국 정부에 의해 강제해산당하는 상황이니 이스라엘이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이스라엘의 의도적 도발에도 중동에서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은 것은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보다,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는 이란의 국내적 요인 탓이 컸다. 그러나 이제 이란의 ‘전략적 인내’는 바닥 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지금 당장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국제사회도 하루라도 빨리 단결된 목소리로 휴전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스라엘 극우 정부가 전 세계를 확전의 소용돌이로 밀어넣고 있는데도, 언제까지 이를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