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적 시한인 10월4일 이전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국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은 두번째, 채 상병 특검법은 세번째로 재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 ‘쌍특검’을 절대적으로 원하는 민심과 싸울 작정이 아니라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여당 공천 개입 등 8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과 증거는 자고 일어나면 추가될 정도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김 여사가 2020년 9~10월 검찰 수사가 가시화하자 주가조작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40여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명품백 수수 사건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무혐의 처분 의견을 보고했다. 채 상병 특검법도 야당이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대법원장 특검 추천’ 방안을 수용했는데도, 한 대표는 이런저런 구실로 반대하고 있다. 법과 상식을 무시하고 정부·여당을 총동원해 권력 치부를 감추려는 행태를 국민들이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실은 세 법안에 대해 “위헌·위법적이고, 사회적 공감대 없이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률에 대해 타협하지 않겠다”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구차하기 짝이 없는 독단이자 변명이다. 자신과 가족 방탄을 위해 헌법적 권한을 사유화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다. 야당의 일방 처리를 탓하지만, 쌍특검법은 국민 다수가 찬성하고 있다. 거부권 행사는 민심을 배반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 목소리에 귀 닫고 있으니,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정녕 싸늘히 등돌린 민심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
김 여사·채 상병 문제가 국정 리스크가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해 윤석열 정부 국정 동력이 훼손되고, 난맥에 빠져 있다. 이 모든 것은 국민 이해를 구하려는 최소한의 소명·사과도, 야당과 협의할 생각도 없던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 못하고 방탄 거수기 노릇을 한 여당도 책임을 면할 순 없다.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소나기를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럴수록 성난 민심의 태풍이 몰아칠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