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전후 상황에 부실 대응해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이 30일 1심에서 금고 3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는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난안전 관리 책임자에게 처음으로 내려진 사법적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를 인재로 규정했다. 이 전 서장에 대해 “언론보도와 경찰의 정보보고 등을 종합하면 2022년 핼러윈데이를 맞은 이태원 경사진 골목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돼 보행자가 서로 밀치고 압박해 생명, 신체에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고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음이 예견됐는데도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참사 발생 직후에도 소홀히 대처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박 구청장에게는 “재난 안전 법령에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해선 별도 안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중인파가 모이는 행사에 관한 구청장의 책임·의무 한계를 법리적으로 판단한 결과일 테지만, 참사에 소홀히 대응한 관할 구청장에게 아무런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선고 결과는 상식과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박 구청장에 대해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한 검찰은 법리를 보강해 항소심에서 치열하게 다퉈야 한다.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참사 부실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참사 당일 용산서 인력 배치는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집회·시위에 집중됐고, 박 구청장의 관심 또한 거기에만 쏠려 있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보고서 및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핼러윈 축제 당시 대통령실 근처에서 맞불 집회가 있었고 대통령실에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상황이라 집회 관리에 집중했다”는 식의 진술이 다수 나온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검찰 공소사실은 물론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제대로 짚어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반드시 규명해야 할 의혹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