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여당 원내지도부와 만찬하면서 끝내 한 대표는 부르지 않았다. 친한계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 진상조사에 나서면서 ‘배후’를 거론했다. 대통령은 여당 대표를 ‘고사’라도 시키려는 듯 패싱하고, 친한계는 대통령실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꼴이다. 의·정 갈등, 김건희 여사 리스크, 의료대란·생활물가 등 난제는 산적한데 여권 두 축이 사사건건 암투만 벌이니 국민은 속에서 천불이 난다.
윤 대통령과 원내지도부 만찬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단합대회로 끝났다. 민심 이반 원인인 김 여사 리스크나 민생 해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발등의 불인 의·정 갈등도 “의료개혁은 반드시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대통령 훈시만 있었다. 원내지도부는 “야당의 정치 공방에 단호히 싸우겠다”고 맞장구만 쳤다니, 권위주의 정권 시절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같은 심기 경호와 뭐가 다른지 묻게 된다. 한 대표의 두 번에 걸친 독대 요청은 거듭 무시하고, 친윤 중심 원내지도부만 용산으로 호출한 것은 여당 ‘단도리’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은 친한·친윤계의 배후론 충돌로 커졌다. 친한계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3일 MBC라디오에서 “김대남 혼자 다 벌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친윤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뒤에 뭐가 막 있는 것처럼 변죽을 울리는 게 초라한 한동훈 지도부 성적표를 가리기 위한 물타기”라고 비난했다. 친윤·친한계가 자해극에 가까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동안 윤 대통령은 불통·독선 이미지만 쌓이고, 대통령·여당·한 대표 지지율은 동반 추락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윤·한 갈등 해결의 출구와 끝도 가늠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독단·불통의 옹고집에서 변할 기미가 없고, 한 대표도 주도권 다툼 외에 국정 난맥을 풀기 위한 구체적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일 선거운동이 시작된 10·16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은 부산 금정구·인천 강화 같은 전통적 강세 지역에서도 승리를 낙관하지 못한다.
아무리 거북살스럽고 미워도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외면하고선 국정을 제대로 풀어갈 수 없다. 한 대표도 당정 관계를 투명하게 가져가는 것은 마땅하나, 언론 플레이나 대통령과의 감정싸움으로 비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개인적 갈등·감정을 접고 협력하는 것은 두 사람이나 여권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민생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루하루 버티는 국민의 근심을 덜기 위한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