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7일 시작된다. 국감은 정부의 정책 실패나 예산 낭비 등을 견제하고 국정 해법을 모색하는 의정활동의 꽃이다. 더구나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해인 데다, 파국으로 치닫는 의·정 갈등 등 현 정부의 무능·독선에서 비롯된 총체적 국정 난맥과 그에 따른 사회적 피로도가 극에 달한 터라 이를 바로잡을 국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하다고 볼 수 있다. 비정상적 국정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이번 국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국감의 화두는 단연 김건희 여사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점한 야당은 이번 국감을 ‘김건희 국감’으로 만들 태세다. 국회 법사위·행안위·국토교통위·교육위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사건, 재·보선과 총선 공천개입 의혹,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의혹, 한남동 관저 이전 의혹, 학위 논문 표절 의혹 등과 관련한 증인을 대거 채택했다. 법사위의 경우 김 여사 본인을 비롯해 증인·참고인 약 100명 중 절반 이상이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인물이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다룰 국방위까지, 거의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김 여사 문제가 쟁점이 될 걸로 보인다.
민생·경제·안보·의료 등 다방면의 현안이 즐비하고, 국가소멸·기후위기 등 국가적 과제도 산적한데 국감이 대통령 부인 관련 의혹으로 도배되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은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정부·여당에 있다. 김 여사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통치자급 행보를 한다.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할 검찰·감사원·권익위 등 국가기관은 김 여사 봐주기식 수사·감사·결정으로 권력의 애완견을 자처한다. 윤 대통령은 예외적으로 써야 할 거부권을 수시로 써가며 김 여사 특검을 막고, 여당은 동조한다. 이렇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다른 모든 수단이 봉쇄된 상황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눈치 보지 않고 따질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은 국감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한남동 관저 이전은 혈세가 투입된 사업이고, 김 여사 봐주기 의혹은 검찰·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한다. 이런 문제를 철저하게 짚는 건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본원적 역할에 속한다. 야당은 이번 국감에서 민생 현안과 국가적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되, 김 여사 관련 의혹도 사실에 입각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여당도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게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최소한의 자세다. 언제까지 대통령의 거수기 노릇만 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