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이치 주포 “김건희 계좌 내가 관리” 검찰 이래도 불기소하나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의 주포(주가조작 실행 역할) 김모씨가 2011년 1월 범행에 쓰인 김건희 여사의 DS증권 계좌에 대해 “내가 관리한 계좌”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는 또 2010년 11월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통한 매도주문 거래가 “통정매매(서로 짜고 매매하는 행위)가 맞다”고도 했다. 경향신문이 지난 8일 입수한 주가조작 공범 전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씨의 1심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들이다. 지난 7월 검찰조사에서 ‘주식계좌를 직접 운용했다’는 김 여사 주장과는 정면 배치될 뿐 아니라, 기소될 경우 법원에서 주가조작 공모 혐의가 인정될 수 있는 진술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4년여 동안 수사를 미적거려온 검찰이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불기소한다면 여당 내에서조차 기소 필요성이 거론될 만큼 김 여사의 불법·비리 의혹에 분노하는 국민적 상식은 물론 법리에도 어긋나는 결정이 된다. 정권과 공동운명체인 검찰이라도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이렇게 뭉갠다면 국민적 저항의 뇌관을 건드리는 일이 될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물론 김씨 등의 진술로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이 확증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았고, 단순 방조를 넘어 공모했을 정황이 더욱 뚜렷해진 것은 분명하다. 앞서 김 여사가 2010년 11월 주가조작 일당의 요청을 받고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주식을 매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최근 김씨가 2021년 10월 민씨에게 김 여사만 쏙 빠지고 자신들은 처벌될까봐 우려한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국민들은 순리를 두고 검찰이 억지 불기소를 밀어붙일 것인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검찰이 불기소 면죄부를 준다고 김 여사 문제가 흐지부지될 수도 없다. ‘김건희 특검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지만, 여당 내 이탈표가 4표나 나온 것을 보면 재발의될 경우 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 임계점을 넘은 민심과 여당 내 위기감을 감안하면 특검은 시간문제일 뿐 예정된 수순으로 봐야 한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8일 대통령 탄핵 소추를 막을 전략적 고민을 거론하면서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면 오히려 당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했다. 사실상 김 여사 기소를 촉구한 것이다.

검찰은 무엇보다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전례 없는 임기 중반기 20% 초반의 최저 국정 지지율을 보면 윤석열 정권은 이미 국민의 불신임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심을 잃은 권력을 옹위하다 존재 이유마저 잃는 어리석음을 검찰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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