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의 주포(주가조작 실행 역할) 김모씨가 2011년 1월 범행에 쓰인 김건희 여사의 DS증권 계좌에 대해 “내가 관리한 계좌”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는 또 2010년 11월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통한 매도주문 거래가 “통정매매(서로 짜고 매매하는 행위)가 맞다”고도 했다. 경향신문이 지난 8일 입수한 주가조작 공범 전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씨의 1심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들이다. 지난 7월 검찰조사에서 ‘주식계좌를 직접 운용했다’는 김 여사 주장과는 정면 배치될 뿐 아니라, 기소될 경우 법원에서 주가조작 공모 혐의가 인정될 수 있는 진술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4년여 동안 수사를 미적거려온 검찰이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불기소한다면 여당 내에서조차 기소 필요성이 거론될 만큼 김 여사의 불법·비리 의혹에 분노하는 국민적 상식은 물론 법리에도 어긋나는 결정이 된다. 정권과 공동운명체인 검찰이라도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이렇게 뭉갠다면 국민적 저항의 뇌관을 건드리는 일이 될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물론 김씨 등의 진술로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이 확증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았고, 단순 방조를 넘어 공모했을 정황이 더욱 뚜렷해진 것은 분명하다. 앞서 김 여사가 2010년 11월 주가조작 일당의 요청을 받고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주식을 매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최근 김씨가 2021년 10월 민씨에게 김 여사만 쏙 빠지고 자신들은 처벌될까봐 우려한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국민들은 순리를 두고 검찰이 억지 불기소를 밀어붙일 것인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검찰이 불기소 면죄부를 준다고 김 여사 문제가 흐지부지될 수도 없다. ‘김건희 특검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지만, 여당 내 이탈표가 4표나 나온 것을 보면 재발의될 경우 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 임계점을 넘은 민심과 여당 내 위기감을 감안하면 특검은 시간문제일 뿐 예정된 수순으로 봐야 한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8일 대통령 탄핵 소추를 막을 전략적 고민을 거론하면서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면 오히려 당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했다. 사실상 김 여사 기소를 촉구한 것이다.
검찰은 무엇보다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전례 없는 임기 중반기 20% 초반의 최저 국정 지지율을 보면 윤석열 정권은 이미 국민의 불신임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심을 잃은 권력을 옹위하다 존재 이유마저 잃는 어리석음을 검찰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