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재보선·총선 공천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경선 때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명씨의 비선 공천개입 의혹이 대선 여론조작 문제로 비화한 것이다.
뉴스토마토가 15일 공개한 명씨와 강혜경씨의 2021년 9월29일 통화 녹취록을 보면, 명씨는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며 “그 젊은 애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보다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했다. 그 후 윤 대통령을 지지한 20·30대들의 표본을 키워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게 강씨 주장이다.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이 진행되던 당시 강씨는 명씨가 운영한 걸로 알려진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이었다. 이 회사가 그날 실시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대통령(33.0%)은 홍 시장(29.1%)을 3.9%포인트 앞섰다.
명씨는 이날 2021년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를 공개했다. 이 문자 대화에서 김 여사는 명씨가 “내일 준석이를 만나면 정확한 답이 나올 겁니다”라고 하자 “넘 고생 많으세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오(요)”라며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제가 사과드릴게요”라고 했다. 또 “제가 명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엣니(에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며 “암튼 전 명선생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 해결할 유일한 분이고요”라고 했다. 두 사람이 대화한 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직전 이준석 당시 대표와 회동을 앞둔 때로 추정된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언급한 오빠는 윤 대통령이 아니라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했다.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나아가 김 여사가 명씨를 매우 신뢰했고, 명씨가 대선 때 상당한 역할을 한 정황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명씨 역할 중 하나가 여론조사와 관련된 걸로 보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대선 후보 경선 때 명씨가 윤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고 했다. 명씨가 조작한 여론조사가 경선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게 맞다면 대선 부정 경선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내가 대선 얘기하면 다 뒤집어질 것”이라는 명씨 발언도 허풍으로만 치부하기 힘들게 됐다.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과 대선 여론조작 의혹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