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9일로 만 2년이다. 대통령실이 지척인 서울 도심에서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시민 159명이 숨지고, 195명이 다친 이 사고는 세월호 참사에 이어 ‘국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국 사회에 다시 던졌다. 참사 발생 후 두 해가 지났지만 진실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유가족은 거리의 투사가 됐다. 아들·딸·형제·자매를 잃은 이들이 조롱과 혐오를 견뎌가며 싸워야 하는 국가는 대체 어떤 국가인가. 이태원 참사가 던지는 물음의 답은 지금도 미완이다.
이태원 참사는 국가재난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었다. 국가는 재난 예방에도, 응급구호에도 무능했다.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지방자치단체 중 한 곳이라도 제 역할을 했다면 159명의 목숨이 스러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참사가 발생하면 피해자들을 위무하고, 원인과 재발방지책을 찾고, 합당한 정치적·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그럴 때 참사는 국민 통합과 안전사회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대응은 반대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만나 사과하고 위로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의 면담 요구를 한사코 거부했고,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는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불참했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것”이라며 어떤 정치적 책임도 지기를 거부했다. 국가 재난안전관리 총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최장수 장관으로 여태 자리를 지키는 게 단적인 예다. 이를 연료 삼아 피해자와 유가족을 향한 극우인사들의 혐오 발언이 활개를 쳤다. 세월호 참사 때의 그릇된 모습이 악성으로 반복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참사 뒤 보인 불통·무공감·무책임은 실패한 국정운영의 열쇳말이기도 하다. ‘입틀막’은 불통을, ‘대파 발언’은 무공감을,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VIP 격노설’은 무책임을 보여준다. 그로 인한 민심 이반의 결과가 ‘심리적 탄핵 상태’라는 지지율 20%이다. 모든 게 윤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소통·공감·책임은 바람직한 정치적 태도이기에 앞서 인간적 도리이다. 정치도 국정운영도 결국 인간적 기초 위에서 하는 인간의 행위이고, 인간적 도리에 반하는 좋은 국정운영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윤 대통령의 냉담에 국정운영 실패의 씨앗이 담겨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윤 대통령이 국민 정서에 얼마나 공감하고 소통했는지 통렬하게 성찰하기를 바란다. 그 여하에 따라 윤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